
주택담보대출이 새벽 6시에 매진되는 현상은 정상적인 금융 시장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시중은행은 대출 문을 걸어 잠갔고, 그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리며 극단적인 선착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대출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수준을 넘어선, 금융 시장 전반의 심각한 왜곡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봅니다.
정책의 목적은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총량 규제라는 일률적인 방식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집을 사기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을 준비한 실수요자들이 대출 한도 축소와 접수 마감이라는 벽에 막혀 계약을 파기하거나 위약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잔금대출이 막히면 분양 계약까지 마친 입주 예정자들이 낭패를 보게 되는데, 이는 정책이 의도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이 대출 셧다운에 들어가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문제입니다. 카카오뱅크 등에서 10분 만에 한도가 소진되는 것은 그나마 빠른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만 기회가 집중된다는 뜻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나 디지털 취약 계층은 이런 경쟁에서 원천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 접근성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셈입니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이고,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를 중단하는 조치들은 개별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총량 압박 아래서 나올 수밖에 없는 선택입니다. 은행들이 모기지 보험 가입까지 제한하며 대출 여력을 최소화하는 모습은, 대출 영업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형국입니다. 은행이 돈을 꺼려 하는 시장은 과연 건강한 시장일까요.
디에이치방배와 같은 신축 아파트 입주 단지에서 잔금대출 한도가 부족해 선착순 문자 예약 경쟁이 벌어지는 사례는 특히 우려스럽습니다. 이미 분양 계약을 체결한 입주 예정자들은 대출 조건을 따질 여유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신청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치른 상태에서 잔금을 치를 수단이 막히면, 개인의 신용은 물론이고 건설사와의 분쟁, 나아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잔금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전체적인 총량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나온다면, 한정된 여력을 잔금대출에 쏟아 부을 경우 일반 주담대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물이 한쪽으로 모이면 다른 쪽은 메마르는 구조적 모순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대출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하는 실수요층입니다. 대출 규제가 이들의 주택 구매를 막는다고 해서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금 부자에게만 시장이 열리는 구조가 되어 자산 불평등만 심화시킬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계대출 관리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과 금융 중개 기능을 마비시킨다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수요를 일시적으로 억누를 뿐, 근본적인 공급 부족 문제나 자산 가격 상승의 거시적 요인은 해결하지 못합니다.

현재의 오픈런 현상은 금융 정책이 시장의 미세한 균형을 무시한 채 거칠게 개입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부작용입니다. 은행들이 확보한 대출 여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총량만 줄이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 이 순간, 은행 창구와 모바일 앞에서 새벽을 까맣게 지새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투기꾼이 아니라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총량 규제의 숫자를 맞추는 데만 집착해서는 안 되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과 개인의 고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집값은 잡히지 않고, 시장의 신뢰만 깨지는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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