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도심이 드디어 숨통을 틀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가 헛되이 흘러가지 않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지방 소멸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대전이 노후계획도시 정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입니다. 둔산, 송촌, 중리, 법동 지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기본계획은 단순한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둔산 지구의 경우 868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성공 여부에 따라 대전의 도시 브랜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구 규모를 둔산 지구에서 15만 8천 명에서 19만 9천 명으로, 송촌, 중리, 법동 지구에서 5만 9천 명에서 6만 9천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과감한 목표입니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그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일자리와 상권,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만 늘어나고 수요는 여전히 서울로 쏠리는 불균형만 심화될 수 있습니다. 대전이 가진 강점은 KTX를 통한 수도권 접근성과 세종시와의 연계성인데, 이번 정비 계획에서 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할지가 관건입니다.
기준용적률 360퍼센트는 현재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향 조정입니다. 용적률을 높이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주거 밀도가 증가하고, 기존 주민들의 정주 환경이 변화하게 됩니다. 특히 둔산 지구처럼 이미 상당히 밀집된 지역에서 용적률을 360퍼센트까지 올리면 교통 혼잡, 주차난, 녹지 공간 부족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계획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특별정비예정구역 27곳 가운데 둔산 지구 17곳, 송촌, 중리, 법동 지구 10곳이 선정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주택단지 정비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반시설 정비형은 둔산 지구에 2곳에 불과한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노후 계획도시의 문제는 건물 노후화만이 아니라 상하수도, 도로, 통신망 등 노후화된 기반시설 전체에 걸쳐 있습니다. 주택만 새로 지어놓고 기반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됩니다. 기반시설 정비형 구역을 더 확대하고, 도시 전체의 인프라를 한 번에 점검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정비의 가장 큰 시험대는 사업 속도와 주민 수용성일 것입니다. 기본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특별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사업 시행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산에 이어 지방권 두 번째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있지만, 부산의 사례를 보면 기본계획 확정 후에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전의 경우 LH와 한국부동산원 등의 지원기구가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재산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조합 설립, 관리처분, 이주 등의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둔산 지구는 대전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인식되는 지역이라 기존 주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사업성과 맞물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충청권 최초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이번 대전 정비는 다른 지방 도시들의 롤모델이 될 수도,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종시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 인력과 기업들을 둔산, 송촌 일대로 끌어들이는 도시 마케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젊은 층과 기업인들이 대전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표여야 합니다.

정부가 이번 정비를 통해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주택 공급 효과는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나타날 것입니다. 당장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고, 지방 도시의 내구연한을 다한 주거지를 정비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다만 대전이 성공 모델을 만들면 대구, 광주, 울산 등 다른 광역시들도 동일한 패턴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초기 설계와 추진 방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전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지방 소멸을 막고 도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다만 기본계획 심의를 시작으로 한 이 여정이 성공하려면 용적률 상향만큼이나 기반시설 정비, 교통 대책, 일자리 연계, 주민 갈등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대는 크지만, 과거의 지방 재개발 사업들이 보여준 늑장과 비효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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