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대출이 크게 제한되는 20억원 초과 구간에서 매도인이 금융회사 역할을 대신하는 이른바 매도인 금융이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강남권·한강변과 경기 성남 분당의 고가 주거단지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자금을 대주겠다는 매물 광고가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전국 아파트·오피스텔 매물 광고의 중개사 작성 설명 문구를 전수 분석한 결과,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자금을 대준다고 명시한 광고는 모두 호가가 20억원 이상 매물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단지 168㎡ 매물에는 매도인 근저당 가능이란 문구가 달렸고,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단지 86㎡는 매도인 잔금 5억 대여 가능, 매도인 대출 가능 등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단지 186㎡는 집주인 대출 7억 가능,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한 단지 81㎡는 집주인 대출 6억을 명시했습니다.
실제 매수를 문의해본 결과 이들은 실제 매도인이 근저당 설정을 통한 매각 의사가 있는 매물이었습니다. 매도인이 다른 데 또 집이 있고 여유가 있는 편이라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나중에 받아도 된다는 입장이며, 나라에서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허락한 방식입니다. 다만 이자는 받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매도는 하고 싶은데 요즘 워낙 대출이 안 나오다 보니 집주인이 일종의 우회 방법을 쓰는 것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근저당권 설정에 대한 대가로 은행 이자 수준의 이자는 받는다는 게 매도인의 방침입니다.

이들 매물의 공통점은 호가가 모두 20억원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현행 규제상 수도권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됩니다. 한 은행은 이달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일괄 축소했습니다. 이처럼 은행 대출로는 잔금 마련이 어려운 구간에서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빌려주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조건이 거래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매도인 대출을 활용한 실제 거래 빈도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도인 근저당은 매물을 내놓는 단계가 아니라 매수인과의 협상 과정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대통령 사례를 통해 위법이 아닌 거래 방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초고가·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유사한 방식의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은 대출 규제가 시장의 수요를 왜곡시켰다는 점입니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금융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래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공백을 민간 거래가 메우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법적으로는 근저당권 설정은 불법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거래가 확산되면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첫째, 매도인의 신용 리스크입니다. 매도인이 여러 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파산할 경우, 매수인의 소유권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이자율 부담입니다. 은행 이자 수준의 이자를 매도인에게 지급하면서, 매수인의 월간 부담은 오히려 은행 대출보다 클 수 있습니다.
셋째, 시장의 불투명성 증가입니다. 근저당권 설정 거래는 공식적인 금융 데이터에 잡히지 않아, 시장의 실제 거래 규모와 부채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정책적으로도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관리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규제의 틈새로 민간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감독 범위를 벗어난 거래로, 향후 금융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을 보면, 매도인 대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초고가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높이고, 시장의 불투명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근저당권 설정이 누적되면서 매도인의 부채 부담이 커질 경우, 연쇄적인 금융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강남 분당의 매도인 대출 유행은 대출 규제가 만든 시장의 역설적 결과입니다. 규제의 목적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의 공백을 민간 거래가 메우는 위험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정책적으로는 대출 규제의 효과를 재검토하고, 규제 회피형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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